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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예인 학교폭력 미투 논란, 내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 혹은 피해자라면?
작성일 2019-06-10 오후 5:00:25  [ 조회수 : 716 ]

유명 연예인의 과거 학교폭력 행적을 피해자들이 연이어 폭로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아직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연예인은 잘못을 부인하고 있거나 혹은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2018년 교육부에서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경험 및 인식에 관한 조사를 한 결과, 피해 응답률이 1.3%(50,000명)로 지난해 대비 0.4% 증가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34.7%, 집단따돌림 17.2%, 스토킹 11.8% 순이며, 사이버 괴롭힘과 신체 폭행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하지만 이러한 통계만으로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는 피해자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 부모의 대처 방법 등에 대해 하이닥 의학기자 최성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알아보았다. 최성환 전문의는 1997년부터 15년간 대구광역시의 시청 및 교육청 등에서 학교폭력 예방 전문가 및 위원으로 활동했다.

 

Q. 연예인이 과거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은 어떤 심리로 괴롭히는 걸까요?

A.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의 심리는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우월함을 주변에서도 인정한다고 느껴 지배력을 발휘해도 별다른 저항이 없을 것 같다고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착각이 급우를 괴롭히게 하는 경우가 많지요. 특히 요즘 학교 안에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학생들끼리의 잔혹한 힘과 성적, 가정환경에 의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며 더욱 심화되는 실정입니다.

두 번째는 부모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학교에서 푸는 경우입니다. 불합리한 폭력, 일관성 없는 환경, 지나친 폭행과 폭언 등에 노출된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러한 행동을 보입니다.

가해 학생의 이러한 심리를 보면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피해 학생과 그의 가정에 초점을 두는 것보다, 반대로 가해 학생의 가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해 학생의 상세한 가족력과 집안 환경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부모의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심리·정신 치료를 권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맞은 아이를 무시하거나 때린 아이를 무조건 옹호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가해 학생에게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악(惡)의 고리를 끊어내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피해 학생을 더 문제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교 폭력이 일어나면 모든 조치를 마친 학교 측은 가해 학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킨 후, 피해 학생과 부모에게 충분한 설명과 위로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입니다.

학부모들이 필수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점이 또 있습니다. 집단 괴롭힘의 경우, 아이들은 반드시 남을 괴롭히고 싶어서 집단폭력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중점적인 괴롭힘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동조하는 것일 뿐입니다. 동조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희생 대상은 자신으로 바뀌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은 집단의 의리가 아닌 부끄러운 행위임을 자녀에게 알려주고 정의감을 가르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를 정의의 사도로 키우라는 말이 아니라 `폭력배의 공모자가 되어 인생을 망치지 말라`는 권고라 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Q. 학교 폭력을 당하는 피해 학생의 심리 상태는 어떤가요? 만약 본인이 학교 폭력을 당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A. 피해 학생의 심리 상태는 당시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고, 또 힘들었던 기억은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같다`라고 보면 됩니다. 정서적으로 가장 예민한 시기에 당한 트라우마의 핵심은 `모멸감`입니다. 그냥 괴로운 정도가 아니라, 무존재함, 무가치함, 자기학대,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원한이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러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사회에 고발하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학교 폭력을 당할 당시에는 학교 안에서는 아무리 저항해 보았자 피해는 눈덩이처럼 더욱 커지기만 할 뿐이니까요.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상담받고자 하는 순서는 제일 싫은 순으로 나열하자면 담임 선생님, 상담 선생님,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 순입니다. 피해 학생들의 제일 흔한 대처하는 방법은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속으로 담아두는 것이지요. 통신의 발달로 인해 전학을 가더라도 미리 연락받은 또 다른 가해자들이 맞이하러 나와주는 친절함을 보이는 세상입니다.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일단은 부모에게 알리는 것이 최선입니다만 단, 저의 충고는 `부모는 절대 흥분하지 마라` 입니다. 부모의 흥분은 폭력 사실을 알린 아이만 위축시킬 따름입니다.

 

Q. 학교 폭력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나요? 또 부모 및 지인들이 함께 도와주어야 할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가볍게는 `적응 장애`로 시작해서 무겁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준하여 치료합니다. 물론 그 이상의 심각한 진단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적응 장애,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시작돼 심해지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행되는데, 적응 장애는 작은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하는 것이고, 급성 스트레스 장애는 심한 스트레스가 잠시 거쳐 가는 것입니다. 이 두 진단의 증상인 불안, 우울, 공포, 부적응 등이 1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문제라 할지라도 내·외과적 신체검사가 중요하며, 이상이 있다면 이에 대한 치료도 필요합니다. 이후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 마음이 아픈 곳을 찾습니다. 보편적으로 ‘자존감의 저하’와 ‘우울감’이 이후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며, 이에 대한 심리치료를 권하고 필요하면 약물치료와 병행해야 합니다. 목표는 ‘자존감 회복’입니다. 학교 폭력으로 인해 떨어진 자존감은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의 학교 폭력 피해를 알았다면 우선, 흥분하여 함부로 나서는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비록 폭력사태이지만 무조건 형법(刑法)으로 보복할 생각을 먼저 갖는 것보다, 자녀를 충분히 안정시킨 뒤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은 후 사건을 거론하기에 앞서 학교의 분위기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자녀와 학교 관계자 측에 너무 위급한 분위기를 내보임으로써 오히려 상대를 위축시키게 되면 신빙성 있는 귀중한 정보를 얻을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관심한 태도는 더 위험하며, 독촉을 하거나 몰아치듯이 대하는 행동도 삼가야 합니다. 침착한 일상을 유지하되 설사 부모가 그럴 사회적 지위에 있지 못하더라도 “너만은 우리가 반드시 보호해 줄 수 있고,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만이라도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행동해야 합니다. 부모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가장 예민한 시기이고 몸과 마음이 한창 성장하는 시기에 강자와 약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학창 시절의 트라우마를 아프지만 쓰라린 추억처럼 간직하라는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합니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열린 마음으로 보듬어줄 수 있는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학교 폭력’의 끈을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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