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장 질환 제대로 알자

신장내과 김병기 과장

2000년대 이전에는 비가역적인 신기능의 저하 상태를 의미하는 만성 신부전이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되면서,투석을 필요로 하는 말기 신장 질환만을 신장 질환으로 생각해 일반 대중들에게 낯설고도 무서운 질환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하지만 10여 년 전 미국 신장재단이 일반인들의 신장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여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를 통하여 신장 질환의 진행을 예방하고자 만성 신장 질환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제안함으로써 만성 신장 질환의 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미국신장재단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만성 신장 질환이라는 용어는 병리학적,검사실 결과에서 단백뇨와 같은 신장 손상의 증거가 있거나 신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를 지칭하는 것으로,다양한 원인에 의한 신장 질환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입니다.만성 신장 질환의 의미가 너무 광의적이라 정의상으로는 아직 신기능이 정상인 환자도 이에 속할 수 있어 불필요한 불안감을 안길 수도 있지만,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의료인들에게 만성 신장 질환의 조기진단 및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말기 신부전으로의 이행을 늦출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만성 신장 질환은 신장이 혈액에서 대사 폐기물을 걸러내는 능력이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만성 신장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입니다.이 두 질환은 모두 신장의 작은 혈관들을 직접 손상시킵니다.만성 신장 질환의 기타 원인으로는 요로 폐쇄,다낭성 신장 질환과 사구체신염 등 특정 신장 이상,그리고 항체가 신장의 작은 혈관과 작은 관을 손상시키는 자가면역 질환이 있습니다.급성 신장 손상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만성 신장 질환이 될 수 있습니다.

신기능이 저하되면 신장이 몸에서 생성된 산을 정상적으로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혈액이 더 산성을 띠게 되어 몸이 산증이라 하는 상태가 됩니다.적혈구 생성량이 줄어들어 빈혈이 나타나기도 하고,혈중 대사 폐기물 수치가 높아져 뇌,몸통,팔 그리고 다리의 신경 세포가 손상됩니다.요산 수치가 높아져 때때로 통풍도 초래하기도 합니다.병든 신장은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을 생성하고 염분과 수분 배출이 원활하지 못해 고혈압,죽상경화증 및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또한,골 조직 형성과 유지가 저해되 뼈 통증 그리고 골절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증상은 대개 무척 서서히 나타나는데,신부전이 진행되어 혈액에 대사 폐기물이 쌓이면 피로를 느끼고 몸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며 정신적으로 덜 기민한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대사 폐기물이 쌓이는 것 역시 구역,구토 그리고 입안의 불쾌한 맛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영양결핍 그리고 체중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만성 신장 질환자는 쉽게 멍이 들기도 하고 면역력도 저하되게 됩니다.그 밖에도 전신소양증과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혈액과 소변 검사를 통해 신기능 감소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만성 신장 질환은3개월 이상 지속되는 신장 손상의 증거가 있거나, 3개월 이상 사구체여과율이 60 mL/min/1.73 m2미만으로 지속될 때 진단할 수 있습니다.병리학적인 이상이 있거나,혈액,소변,방사선학적인 검사에서 손상의 지표가 있는 경우에 신장 손상의 증거가 있다고 합니다.최근에는 만성 신장 질환의 진행 및 예후에 단백뇨의 정도가 중요한 인자가 된다고 평가되어 만성 신장질환의 평가 및 치료목표로써 단백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사람들에게서 치료 여부에 관계없이 만성 신장 질환은 결국 진행됩니다.신기능 감소율은 만성 신장 질환을 일으키는 기저 질환을 얼마나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가에 따라 어느 정도 좌우됩니다.예를 들어 당뇨와 고혈압은 특히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신기능 감소 속도를 더 높입니다.치료하지 않을 경우 만성 신장 질환은 치명적입니다.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게 되면,투석 받지 않을 경우 생존율은 대개 몇 개월로 제한되며,투석을 하더라도 정상인에 비해 현격히 기대 수명이 단축됩니다.대다수는 심장 또는 혈관 이상 또는 감염으로 사망합니다.

만성 신장 질환은 완치될 수는 없지만,신장 손상 환자의 대다수에서 지연될 수 있습니다.식단에서 단백질의 양을 제한하거나 적절한 약물의 사용으로 단백뇨를 감소시킬 수 있고 말기 신부전으로의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또한,한약을 포함한 대부분의 약들이 신장에서 대사되거나 독성이 있기 때문에,가급적 사용을 피하거나 최소화 해야 할 것입니다.그리고 만성 신장 질환의 가장 주된 원인인 고혈압과 당뇨병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만성 신장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그 외에도 균형 잡힌 식단과 저염식,금연,절주와 적절한 운동을 생활화하는 게 신장 건강에 도움이 되겠습니다.